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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클린 플레이트 신드롬은 어떻게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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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플레이트 신드롬? 빈 그릇 증후군?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린 플레이트 신드롬'이란 세 아이의 엄마 '다니엘 빈스'가 만들어낸 단어다. 그러니 이 단어는 일종의 식사 장애를 나타내는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다. 실제로 검색을 해봐도 다니엘 빈스가 글을 쓴 2016년 이전에는 clean plate syndrome에 대한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니엘은 어렸을 때 항상 '음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도록' 배우면서 컸고, 어른이 됐는데도 자신의 적정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알아차렸다. 다니엘은 아이들의 엄마이자 영양사로서 식단에 문제가 있는 가정을 돕는 일을 하고 있으며, 위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린 플레이트 신드롬, 클린 플레이트 증후군, 빈그릇 증후군, 빈 접시 증후군... 이 단어가 왜 한국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면서 유명해졌는 지는 모르겠지만 다니엘이 왜 '클린 플레이트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는 지는 미국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세계 1차 대전과 CLEAN YOUR PLATE 캠페인

 
미 식품 행정청은 세계 1차 대전 이후 미국이 보유한 식량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수입을 피하는 임무가 있었다. 그렇게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캠페인이 생겨났고,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잔반이 없도록 하겠다'는 선언문을 배포받았다.
 

선언문의 내용:

'밥상에서 저는 식판에 잔반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간식을 먹지 않을 것이며,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식량이 많이 부족해서 미국은 국가주의를 내세워 가정에서 식량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음식을 적게 먹고, 음식을 만드는 데 적게 쓰고, 음식을 버리지 않아야 했다. 그렇게 어린이들은 주어진 음식을 다 먹는 습관을 만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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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과 세계 2차 대전, 클린 플레이트 클럽의 탄생

 
미 식품 행정청은 세계 1차 대전 이후 사라졌지만 1947년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운동이 되살아났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이를 장려하면서,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잔반 없는 모임'이 공식 설립되었다.
 
1947년 미국이 마샬 계획을 수립하면서, 트루먼 대통령은 '가금류 소비 절제, 굶주리는 유럽인들을 위한 식량 보존'을 장려했다. 그렇게 초등학생들은 또 잔반 없는 식습관을 길러야 했다.
 
 

100년간 자리 잡은 잔반 없는 식습관

 
다니엘 빈스가 2016년 만들어낸 '클린 플레이트 신드롬'이라는 단어는 어찌보면 왜 이제와서야 만들어진 단어인가 싶다. The Clean Plate Club의 시작이 1917년이기 때문이다. 거의 100년 간 미국인들은, 그리고 음식을 남기는 것이 죄가 된다고 여기는 모든 문화권 사람들까지도, 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먹도록 교육 받았다.
현재 미국의 1인분은 과도한 편이다. 감자튀김을 예로 들면, 1950년대에 비해 1인분이 두 배가 됐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은 미국의 현 상황만 봤을 때 나쁜 식습관이 된 듯 하다.
한국도 음식이 귀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음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도록 교육 받은 문화가 비슷해 보인다.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클린 플레이트 신드롬을 많이 찾아본 것 같다.
요즘 학교는 거의 자율 배식이기는 하지만 수요일을 '잔반 없는 날'로 지정해 놓은 학교가 아직 많다. 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 됐지만 잔반통 앞에 선생님들이 배식지도를 이유로 식판이 깨끗하지 않은 학생들한테 다 먹으라고 눈치 주는 일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고, 아직도 그러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나이에 관계 없이 본인이 식사 적정량을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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