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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글쓴이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글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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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공간이라지만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몇 살이고 성별이 무엇인지를 대놓고 말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방식을 보면 어떤 사람일지 대략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 자신을 인터넷에서 철저히 숨기고 있다고 믿는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 사람이 특징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와 특별하게 틀리는 맞춤법, 쉼표와 마침표의 사용 횟수, 띄어쓰기와 개행의 방식 등을 통해 연령대와 성별을 파악할 수 있다.
특징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에는 연대별로 다르게 배운 단어들이 있다. 예전에는 후진국이라고 했지만 그 이후의 세대는 개발도상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면죄부라는 단어는 이제 학교에서는 면벌부라는 단어로 소개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별히 틀리는 맞춤법으로는 개인을 특정하기가 참 쉽다. 현실세계에서 회화로는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을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온라인에서는 항상 똑같은 맞춤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 대와 데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든지와 던지를 구별하지 못해서 어떤 상황이든지 대만 사용하거나 던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이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공간에서 글을 쓰게 되면 그 사람을 자연스레 알아볼 수 있다.
쉼표 뒤에는 띄어쓰기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쉼표 바로 뒤에 문자가 오거나, 마침표를 찍는 법을 몰라서 아래아를 대신 찍거나, 이러한 문자들을 두 개만, 또는 세 개만, 또는 여섯 개만 정해서 찍는 방식을 보면 연령대는 물론 성격까지 유추할 수 있다.
어떠한 공간에서 본인이 아닌 척을 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익명성을 보장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참 안타깝다.
본인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겠지만 당신의 성별이나 연령대는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며, 어떤 말을 인터넷에 남기느냐에 따라 그 말을 읽은 사람은 저 연령대의 저 성별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 말이 어떠한 말이냐에 따라 특정 연령과 특정 성별을 혐오할 수도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의 성별과 연령대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의 구축은 온라인 세계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당신을 마주했을 때 선입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말을 익명성 뒤에 숨어서 하고 싶다면, 최소한 당신의 성별과 연령대는 숨기는 노력이라도 하길 바란다. 이는 당신 개인 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속한 성별과 연령대의 무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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