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을 인터넷에서 재발급을 받으면 수수료 200원이 더 든다고 해서 200원을 아끼려고 주민센터에 가서 발급을 신청했다.
예전에 20살 때 민증을 발급받을 당시에...
나는 다한증이 있는데, 주민센터 직원분께서 손가락에 잉크를 칠하고 종이에 찍을 거라고 말하는 순간! 손에서 땀이 엄청나게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래는 손가락에 다 칠해놓고 하나씩 찍는 거 같았는데 나는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잉크 칠하고 땀 때문에 잉크가 안 칠해지면 화장실에 가서 손 씻고 다시 돌아오면서 종이에 찍었다.
그리고 인식률을 확인했는데! 0%라고 했다.
인식이 안 되면 나중에 지문인식이 필요한 순간들이 올 때마다 불편할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인식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분께서는 "나중에 재발급을 하게 되면 사진을 바꾸면서 엄지손가락만 다시 인식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하셨다.
그분도 내 지문 인식이 0%여서 너무 당황하셨었다. 게다가 잉크를 바르는 순간 땀이 송골송골 솟아나는 게 보여서 손 씻고 오라고 했었다.
이 정도로 인식이 안 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셨었다.
몇 년 뒤, 민증을 재발급받아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1. 가끔은 무인으로 발급해야 수수료가 없는 것들이 있는데 무인 발급은 오른손 엄지손가락 인식이 꼭 필요했다.
2. 이사를 자주 다니던 터라 주소가 많이 바뀌었는데, 실제로 생활하는 곳에서 시험을 보러 간다거나, 투표를 하러 간다거나, 친구들이 어쩌다가 민증을 본다거나, 주소에 관해서 할 말이 생기는 경우에 그냥 말 한마디가 더 늘어나는 게 귀찮았다. "멀리서 시험 보러 오셨네요~", "멀리서 투표하러 오셨네요~", "야 ㅇㅇ가 어디야? 너 되게 멀리 산다"
'아니야 거기 안 살아 그러니까 이 근처에서 시험 보고 투표하고 공부하지'
이러다가 내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내 민증을 발견한 사람이 착한 마음에 집에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에 아주 멀리 데려다줄까 봐 걱정됐다.
3. 사진이 맘에 안 들었다.
4. 사실 처음에 민증을 발급받을 때 지문 인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 든 첫 번째 생각은 '나는 그러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게 되면 지문 인식이 안 돼서 내가 죽은 줄도 모르겠네? 살해당해도 모르겠네?'였고 두 번째 생각은 '내가 누군가를 살해하더라도 DNA는 모르겠지만 지문은 실수로 남겨도 찾기 힘들겠네?'였다.
다한증 때문에 땀을 항상 흘릴 거라 dna를 남기는 건 불가피하기도 하고 살인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두 번째 생각은 접을 수 있었는데...
첫 번째 생각은 가끔씩 깊게 생각하면 좀 슬퍼졌다.
지문 인식이 안 되니까 내 신원 조회가 많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사진이랑 지문도 변경하면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는 게 이득이라서 귀찮았지만 사진을 찍고 결국 주민센터에 다녀왔다.
사진관은 여기를 추천한다.
보정이... 정말 자연스럽고 내가 보는 내 얼굴로 만들어주셨다.
민증/운전면허증 사진으로 15000원을 내고 서비스로 한 장 더 넣어주셔서 7장을 받았고, 사진 파일은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원래는 3000원이지만 계좌이체나 현금은 1000원으로 할인해 주셨다.
보정하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셨고 사진관에서 대기해도 되고 다른 데 다녀와도 된다고 하셨다.
얼른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싶어서 다음 날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다음 날 귀찮아서 못 나갔다. 그래서 그다음 날에 가서 사진을 받아왔다.
그리고 주민센터에 갔는데.
사진 변경의 경우에는 이미 갖고 있는 민증을 들고 가서 반납해야 하고, 바꿀 사진도 들고 가야 한다.
사진은 다시 돌려준다.
지문은 인식이 안 돼서 본인 확인으로 부모님 생년월일과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 인식을 다시 했는데 인식이 전혀 안 됐다.
재발급할 때 지문 등록으로는 기계를 사용했다. 그런데 세네 번 했는데도 인식이 안 됐다 ㅋㅋㅋ
이번에는 손에 땀도 안 났는데 왜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는
1. 다른 손가락을 등록시키고 난 뒤, 어떠한 관공서에 가든지 '오른쪽 엄지를 대 주세요'라는 요구가 있을 때마다 내가 등록한 그 손가락을 기억해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고
2. 처음에 주민등록증 발급받을 때처럼 잉크로 칠하고 종이에 찍어서 등록하는 방법이 있었다.
1번으로 하게 되면 어떤 손가락이었는지 잊어버릴 것 같아서 2번으로 했다.
그래서 잉크를 칠해서 찍어주셨는데 내 엄지손가락 지문이 많이 얕다고 하셨다.
엄지손가락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고 지문이 흐릿하게 찍히는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래도 기계 인식보다는 인식이 더 잘 되는 것 같아 보인다고 하셨고 실제로도 인식이 가능했다.
물론 인식의 정도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있는데 5등급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인식이 된다는 게 다행이었다.
발급 수수료를 내려고 했는데 지문 변경으로 처리해 주셔서 사진도 바꾸면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었다.
무료가 아니었다면 5000원을 내야 했다. 2주 뒤에 나온다고 하니 그때 주민센터로 다시 찾아가서 민증을 찾아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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