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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건축학과로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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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때려치고 싶을 때마다 그래도 절대로 안했던 생각 중에, 요즘 들어 갑자기 건축학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확신이 들었다. 나는 절대 돌아가서 졸업하고 싶지 않다. 아마 또 이번처럼 자퇴라는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다시 자퇴할 것 같다. 내가 졸업하기에는 건축을 하면서 얻은 안 좋은 것들과 얻을 안 좋은 것들이 꽤 많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건축으로 인해 얻은 안 좋은 것들을 잊어버린 순간 돌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낮과 밤이 바뀌고 매일 매일이 다른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고 몇 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 것은 다 건축과 때문이다. 생활을 쉽게 되돌리기는 어렵다. 습관을 고치기가 어려우니까... 나를 망친 곳에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는 건 싫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만큼이나 바보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고 싶어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예전부터 그로 인한 많은 후회를 겪고 나는 절대로 그때가 좋았다는 말에 동조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자퇴할 당시의 나와 상황이 다르긴 하다. 상황이 다르면 건축학과로 돌아가도 졸업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여전히 자퇴할 당시에 과제를 잘 못해서 시간이 남들에 비해 7배로 걸리는 사람에 머물러 있다. 내가 과제를 잘 하기 위해 툴을 배우거나 건축을 더 공부하거나 한 노력이 그때 이후로 전혀 없어서, 다른 면에서 나는 다른 사람일 수 있어도, 실력 면에서는 나는 같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건축학과에 돌아가서 졸업할 자신이 없는 그 당시와 똑같은 사람이다.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지금 당장 결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좋다. 길어도 세 달은 넘을 수 없다. 이 사실은 수능 공부를 다시 하면서 알게 됐다.
나는 왜 수능을 다시 공부하고 싶었을까? 재수를 하고 원서를 망친 이후에 항상 나는 수능을 다시 보고 싶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에 만족을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대학을 내가 원해서 넣은 것이 아니라 주위의 말을 듣고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주위의 말을 들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마도 수능을 공부하면서 찾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데 대학이 필요 없고, 수능도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수능이 보기 싫어졌다. 내가 그렇게 원하는 일이 맞는 지 의심스러워졌다.
세 달이 지나도 좋지 않으면, 정말 좋지 않은 것이다. 대학도 2년 5개월간 좋지 않았으니까. 대학을 버틴 건 한 학기가 그래도 세 달이기 때문이다.
세 달 안에 무엇인가를 끝마칠 수 있다면, 나는 그 일이 좋은 지 싫은 지에 상관 없이 그 일을 끝마칠 수 있다.
시험 일정은 무조건 세 달 이내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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